국내 연구진이 빛의 흡수 속도를 높여 에너지 수확이나 약한 신호를 감지하는 광신호 처리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초흡수 현상'을 밝혀냈다.
한국연구재단은 안경원 서울대 교수 연구팀이 빛을 빠르게 흡수하는 '초흡수 현상'을 실험으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7일 밝혔다.
초흡수는 결맞은 양자 중첩 상태의 원자들이 상호 작용해 빛의 흡수 속도가 빨라지는 현상을 뜻한다.
양자역학적으로 연관된 특정 상태의 원자들이 강한 빛을 내는 초방사 현상은 이미 실험적으로 구현됐지만, 동일한 상태에서 나타날 수 있는 초흡수 현상은 관측되지 않았다. 빛이 빠르게 방출되는 초방사 현상에 의해 초흡수가 가려져 관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초방사 상태의 원자들을 제어해 마치 시간을 되돌리듯 빛을 빠르게 흡수하는 초흡수 현상을 실험적으로 유도했다. 시간 역행을 위해 원자 상태의 위상을 제어하는 기술을 이용했다.
수 나노미터 크기 구멍의 격자를 통과한 일부 원자들가 초방사를 일으킬 수 있는 상태로 만든 후, 원자 상태의 위상을 주변 빛의 위상과 반대가 되도록 조절해 초방사를 되돌린 초흡수 현상이 일어나도록 한 것이다.
실제, 10개의 원자를 이용해 초흡수 현상을 구현해 일반 빛 흡수보다 10배 정도 빠르게 빛을 100% 흡수하는 것을 관측했다. 특히 빛의 세기가 약할수록 일반 흡수보다 흡수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 이용하면 에너지 수확이나 양자정보처리의 효율 향상, 섬세한 광신호 감지를 통한 천체 관측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안경원 서울대 교수는 "초흡수는 빛을 원자에 흡수시킬 수 있기 때문에 빛에너지를 전기에너지나 화학에너지로 바꾸는 '빛에너지 수확'에 유용하고, 광신호 처리, 천문관측 등에 활용할 수 있다"며 "앞으로 원자상태를 제어할 수 있는 공진기 내부가 아닌 자유공간과 같은 다른 환경에서 초습수 현상을 구현하는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포토닉스(지난 2일자)' 온라인판에 실렸으며, 과기정통부와 연구재단,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의 지원을 받아 연구가 수행됐다.이준기기자 bongchu@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