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종양은 예후가 매우 좋지 않은 종양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악성뇌종양인 교모세포종은 평균 생존 기간이 1~2년 정도로 짧은 편이다. 완치 가능한 치료제도 없다. 그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뇌종양 세포가 주변 산소를 먹어 치우며 면역세포를 무력화시키는 과정을 밝혀냈다. 증식하며 주변 산소를 빠르게 소비하는 뇌종양 세포로의 산소유입을 막는 방식이 면역항암치료제의 낮은 반응성을 보완할 실마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연구재단(이사장 노정혜)은 이흥규 KAIST 교수 연구팀이 악성 뇌종양 세포의 과도한 산소 소비로 인한 감마델타(γδ) T 세포의 면역반응 저하 과정을 규명했다고 16일 밝혔다. 감마델타 T 세포란 피부나 장 같은 점막에 주로 존재하는 선천성 T 세포로, 주로 스트레스받은 세포를 초기에 제거하거나 박테리아 등의 감염 시 중요한 세포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뇌종양의 악성도가 높을수록 감마델타 T 세포의 종양 내 유입이 적고 저산소 환경은 심한 것을 알아냈다. 반면 감마델타 T 세포가 많이 유입될수록 환자 예후가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저산소 환경을 해소해 감마델타 T 세포에 적절한 산소를 공급, 세포의 생존을 도우면 면역반응이 정상화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실제 감마델타 T 세포는 스트레스에 노출된 뇌종양 세포 표면에 많이 생기는 리간드(NKG2DL)를 직접 인식하는 수용체(NKG2D)가 있어 종양에 대항한 면역반응의 새로운 주체로 주목받았지만 기대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연구팀이 실제 뇌종양 생쥐모델에 뇌종양의 과도한 산소대사를 막을 화합물(메트포르민)을 감마델타 T 세포와 함께 투여하자, 면역세포의 종양 조직 내 침투가 늘고 생존율이 향상됐다. 감마델타 T 세포의 저산소 환경을 해소하자 항종양 면역반응이 개선됐다는 의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차세대바이오사업)과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는 면역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이뮤놀로지(Nature Immunology)'에 지난 11일 게재됐다. 더불어 네이처 이뮤놀로지는 뉴스앤뷰즈(News & Views) 코너에서 이 논문에 대해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