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서울대 공동연구진. 미세부유입자 잡는 나노갭 전극 개발
기존 반도체 공정 활용할 수 있어 제작 비용 절감
국내 연구진이 인체 내 독성과 지구 생태계 교란의 주범이 되고 있는 미세먼지와 미세플라스틱을 제어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국가기반기술연구본부 센서시스템연구센터의 유용상 박사팀은 이신두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팀과 함께 공기, 액체 등 유체 내 초미세 부유 입자를 잡아내는 '나노갭 전극'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연구진은 전극을 이용해 신약개발 및 암 진단 연구에서 활용 중인 세포 밖 소포체와 치매 단백질의 선별·농축 실험에도 성공했다.
공동연구진은 입자 농축과 정제 실험을 통해 '유전 영동 집게' 기술을 가능하게 하는 대면적 나노갭 전극 개발에 성공했다. 나노갭 전극은 양 전극 사이의 간격이 나노미터(nm, 10억 분의 1미터)인 전극이다. 유전영동은 1초에 수백에서 수천 번 진동하는 파장과 두 개의 전극을 이용해 불균일한 전기장을 만들어 주변 입자를 전극부로 끌어모으거나 밀어내는 기술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나노 크기 입자들을 실시간 선별·정제·농축할 수 있는 이 기술은 특히 미세먼지나 미세 플라스틱 등 환경 독성 입자는 물론 바이러스 제거와 치매 단백질, 암 진단 마커 등의 검진 기술로도 응용 가능성이 있다.
연구팀은 고가의 장비 대신 이미 상용화된 반도체 공정을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을 찾기 위해 다양한 전극 구조를 실험했다. 그 결과 비대칭 전극을 수직 배열했을 때 기존의 수평 배열보다 10배 이상 더 큰 유전영동 효과를 발생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에 따라 나노갭 전극 상용화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대면적화와 비용 절감이 동시에 가능해졌다.
기존의 수평배열 전극 제작은 손톱 크기 전극 구현에 최소 수십만 원이 소요됐다. 반면 새로운 기술을 이용하면 5000원으로 LP 레코드판 크기의 나노갭 전극을 제작할 수 있다.
이번에 개발된 수직 배열의 나노갭 전극 원천 기술은 다양한 응용 가능성이 있다. 공기 또는 물 필터에 활용될 경우 건전지 정도의 낮은 전압으로도 미세먼지, 나노 플라스틱, 바이러스, 세균, 박테리아 등 미세 부유 입자를 실시간 검출·제거 할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전망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개발한 수직구조 나노갭 전극은 대면적 응용과 전극 모양 다양화와 더불어 전극 제작 단가를 절약할 수 있어 기술의 상용화가 용이하다"며 "(이번 개발 기술을 이용해) 헤파필터(HEPA filter)로 제거 불가능한 미세먼지 원인물질을 제거할 기술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의 제 1저자인 KIST 소속 유의상 박사는 "이번 성과는 향후 종류나 환경에 상관없는 나노 크기 입자의 선별 정제 기술로 응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을 받은 KIST 주요 사업과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 사업으로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