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헌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반도체 양자점’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고 있다. 반도체 양자점은 자유롭게 뛰노는 전자를 못 움직이게 가둔 뒤 전자가 가진 자기장의 방향(스핀)을 이용해 양자컴의 연산 기본 단위인 큐비트(0이면서도 1)를 만드는 방식이다. ‘스핀 큐비트’ 양자컴이라고도 한다. 이 스핀 큐비트를 채워넣은 보온병 모양의 실린더를 프리지(초저온 냉장고)에 넣어 수개월간 제어계측을 반복한다. 13일 방문한 김 교수 실험실에서는 프리지가 굉음을 내며 24시간 작동하고 있었다. 여러 모니터 화면에 갇힌 전자들, 일명 ‘양자점’이 보였다. 특수 헬륨가스로 냉각 중인 프리지 온도 계측기는 영하 273도 안팎을 숨 가쁘게 오갔다.
양자컴, MRI 업그레이드 가능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며 양자컴 개발에 몰두하는 학자들이 있다.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의 투자를 받아 연구 중인 김 교수는 올해 말까지 스핀 큐비트 3개 제어에 성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텔이 투자한 네덜란드 소재 스타트업 큐테크와 공동연구 중이다. 그는 ‘다이아몬드 점결함’ 방식의 양자컴퓨터도 이동헌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와 함께 개발하고 있다.
다이아몬드 점결함 역시 스핀 큐비트 양자컴을 구현하는 기술 중 하나다. 다이아몬드 내 탄소 원자 하나를 뺀 구멍에 질소를 결합해 큐비트를 만든다. 레이저 등 광학장비로 큐비트를 가둔다는 점에서 이온트랩 방식과 비슷하다. 다이아몬드 점결함은 자기공명영상(MRI) 장치 해상도를 더 높일 수 있는 원천기술로 알려졌다. LG전자가 이 기술과 관련해 김 교수와 공동 연구를 검토하고 있다.
정연욱 성균관대 나노과학기술원 교수는 양자컴의 트랜지스터인 ‘조셉슨 소자’ 관련 국내 최고 권위자다. 김도헌 교수와 함께 국내 대표적인 양자컴 실험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서울대 물리학과 재학시절부터 양자컴 연구에 몰두해왔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양자기술연구소에서 15년간 근무하다 지난달 성균관대로 옮겼다. 정 교수는 “글로벌 경쟁에서 한국이 도태되지 않으려면 대학과 연구소, 기업 간 양자컴 개발 협업 체계를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