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체 또는 응집물질에서 나타나는 대다수의 특성 및 물리현상들은, 전자가 어떤 상태에 놓여 있는가에 의해 결정됩니다. 가장 단순한 예로, 대다수의 금속은 전자가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는 electron gas 상태에 있기 때문에 전기 전도성을 갖습니다. 다른 복잡한 현상의 예로써, 초전도 현상 역시 전자가 홀로 움직이지 않고 쿠퍼쌍을 이루며 둘 씩 짝지어 다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특정 상황에서 전자가 갖을 수 있는 상태, 정확히는 전자들의 군집이 갖을 수 있는 상태에 대한 면밀한 지식은, 관측한 특성 및 물리현상을 이해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근간이 됩니다. 

이처럼 중요한, ‘특정 상황에서 전자들이 갖을 수 있는 상태가 무엇인가’ 라는 물음을 일반화 시키면, ‘다른 자유도/구성요소 없이 순수 전자들로만으로 구성된 시스템에서 어떤 상태가 가능한가’ 가 됩니다. 이러한 순수 전자 시스템의 가능한 상태는, 온도로 결정 되는 전자의 운동에너지와 전자 간 전기적 상호작용에 의한 위치에너지의 상대적 세기에 의해 결정됩니다. 온동에너지가 우세할 경우 전자가 자유로이 움직이는 electron gas phase,  상호작용이 무시되지 못하는 electron liquid phase, 위치에너지가 극단적으로 우세할 경우에는 전자의 움직임이 제한되어 위치가 고정되는, Eugene Wigner에 의해 처음 제시된, electron solid phase (Wigner crystal, 위그너 격자)를 갖을 수 있습니다. 또한 liquid-solid 상전이 과정에서 액정 상 (liquid-crystal phase)와 같은 여러 중간 상태가 기대됩니다. 

본 연구는 이러한 순수 전자 시스템의 상태 탐색에 있어, 그간 실험적으로 검증되지 못한 양자영역에서 나타날 수 있는 여려 흥미로운 상태들을 탐색/탐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양자 영역은 전자 밀도가 높아 전자 간의 평균 거리가 전자 파동함수의 크기보다 작은 경우로, 이와 반대 되는 고전 영역과 달리 양자 영역에서의 liquid-solid 상전이 과정은 양자 요동 (quantum fluctuation)에 의해 보다 다채롭게 진행되어, 고전적 영역에서는 기대되지 않은 복잡한 중간 상들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본 연구진은 최근, 2차원 전자화물 물질 표면에 순수 전자 군집이 양자 영역에 해당하는 높은 밀도를 갖으며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이 새로운 순수 전자 시스템을 이용하여 양자 영역에서 위그너 격자를 구현하고, 이를 붕괴시켰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중간 액정 상을 탐색하고자 합니다. 

본 연구를 통해 전자 상태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질문인, 순수 전자 시스템의 상도표를 완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또한 양자 영역의 중간 상들은, 고온초전도현상과 같은 강상관계 물질에서 나타나는 여러 물리현상들과 연결이 되어 있어, 본 연구를 통해 얻어질 중간 상들에 대한 새로운 지식은 강상관계 연구의 여러 난제를 해결함에 있어 새로온 시각을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연구를 통해 얻어질 다양한 상태가 혼재하는 양자 영역의 전자 상태 구현 및 조절 법의 확립은, 양자 컴퓨터와 같은 새로운 응용 가능성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순수 전자 시스템의 상도표	2차원 전자화물 Gd2C 표면에 형성되는 quantum electron liquid의 모식도